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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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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218.♡.192.227) 작성일17-04-15 16:58 조회73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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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사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금새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듯하다.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점심도 먹지 않은 채 만기사로 향하는 중이다.

 

언덕을 오르는 차를 보았는지 스님이 일주문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70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스님은 건강해보였다.

 

어려운 발걸음 하셨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3번 약속을 잡았지만 번번히 무산되어 만나지 못한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풀로 가득한 밥상이었지만 나와 일행들은 두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무짱아치가 모두의 입맛에 맞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일행중 1명을 바라보는 스님의 시선이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스님이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현직에 있는 후배였는데 기관원 냄새가 났던 모양이다. 나는 스님이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이유를 알고있다.

 

스님의 법명은 원경, 조계종 최고 어른인 대종정중 한분이고 만기사 주지스님이다.

 

스님의 아버지는 조선공산당을 창당한 당중앙 박헌영이다.

 

박헌영은 1946년 미군정의 체포를 피해 월북했고 북한 서열 2위인 부수상을 지낸 인물로 김일성과 함께 6.25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워낙 급하게 월북하다보니 유일한 혈육인 스님을 북으로 데리고 가지 못했고, 지리산 빨치산 대장 이헌상에게 맡기게 된다.

 

5년간 지리산 빨치산들과 지내던 스님은 빨치산이 토벌되고 한산스님의 손에 끌려 절에서 생활하게 된다. 절생활을 하던 스님은 정식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시와 음악에 조예가 깊다. 하긴 조선 3대 천재라고 하는 박헌영의 아들 아니던가?

 

대화내용은 당연히 박헌영을 옹호하는 스님이 주도했고, 조금은 불편했지만 내색을 하지않았다. 스님이 말씀하신 내용중 김정구씨가 부른 눈물 젖은 두만강 이라는 노래에 얽힌 비화가 기억에 남는다.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옛날에 내님을 싫고 떠나간 내님은 언제나 오려나 그리운 내님이여

 

박헌영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15년간 옥고를 치루었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주의자였는데 그 역시 사회주의자였다. 독립운동가로 유명하던 박헌영이 일경의 탄압을 피해 만주로 가기위해 두만강을 건너는 모습을 보고 만든 노래가 눈물 젖은 두만강이다.

 

노래말속 그리운 내님은 박헌영 이었다.

 

대화가 2시간을 넘어갈 무렵, 세차게 내리던 비가 잦아 들었다.

 

일행들과 함께 인사를 드리고 길을 나섰다. 들어가시라고 해도 굳이 신작로까지 같이 걷자며 동행 하시겠단다.

 

가느다란 비가 내린다. 스님과 나는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산길을 걸었다. 대화 내내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았는데 눈치 9단인 스님은 알아차린 모양이다.

 

진선생이 불편해하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빨갱이 왕초니까요 하지만 나는 모든 공과를 묻어버리고 다만, 박헌영 선생이 못다 부른 노래... 그 노래를 부르고 싶을 뿐 입니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218.♡.192.227 작성일

김이섭  만기사라면 철조여래좌상이 있는 평택에 있는 절인 것 같은데 주지 스님이 박헌영 아들이라는 것 놀랍네요!!

늘 보지만 진 전 감사님의 글은 감칠맛이 듬북 담긴 글이네요,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겠죠^^  잘 읽고 갑니다. ~~~   
[ 2016-07-06 12:05:46 ]
 
 

이계찬  재밌어요. 좋은글, 마음에양식 자주 올려주세요 진작가님   
[ 2016-07-06 22:25:23 ]
 
 

이원균  진 작가님 오랜만에 맛보는 글입니다.
'반도의 붉은 별' 아직 아껴 두면서 읽고 있는데 '만기사'는 그 후속작인가요?
회원님들에게 선물로 주시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ㅋㅋㅋ   
[ 2016-07-08 18:03:09 ]
 
 

황석권  마무리 되신 작품인가요?   
[ 2016-07-08 18:09:42 ]
 
 

진광근 작품이 아니고요 얼마전에 원경스님을 뵈었는데 인상이 깊어서...   
[ 2016-07-09 12:13:22 ]
 
 

손성호  만기사 주지스님 아버지가 북한2인자 박헌영라 놀랍네~~   
[ 2016-07-11 11:08:58 ]
 
 

김해호  이념의 피해자!인 것 같습니다!
      분단단 조국의 아픔을 느껴보며...
      소설가의 속에는 무엇이 담겨져 있을까요?   
[ 2016-07-12 14:41:41 ]
 
 

김학도  진 작가님!! 멋집니다.   
[ 2016-07-13 16:1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