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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도둑놈, 도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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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218.♡.192.227) 작성일17-04-15 16:51 조회713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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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후, 집에 들어섰는데 얼른 상황이 이해가 되지않는다.

가재도구가 하나도 없이 사라졌고 덩그라니 남은 장롱 문은 전부 열려있다.

장롱안을 들여다보니 이불만 있고, 옷가지가 하나도 없다.

 

‘마누라가 짐싸들고 친정으로 도망을 갔나?’

 

잠시후, 놀란 눈으로 들어서는 집사람의 표정을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이곳저곳을 살펴봤는데 세상에!! 쌀통에 쌀까지 퍼갔다.

 

참으로 대담하고 알뜰한 도둑놈이 들어온 것이다.

 

그 무렵,

 

절도사건으로 송치되온 피의자들에게 내가 꼭 하던말이 있다.

 

“너같은 놈들은 법보다 무력이 필요한 놈들이야”

 

영문을 알길없는 도둑놈 그때 나한테 많이 당했다.

 

30여년전 군사독재시절이야기다.

 

*****

 

뿌듯한 마음으로 마지막 장거리훈련을 마치었다.

 

보신탕을 먹으러 간다기에 자전거를 매어둔 곳으로 갔다.

 

‘어! 이게 뭐지?‘

 

퍼뜩 이해가 되지않는다. 자전거가 깜쪽같이 사라졌다.

밑에 매두었나 싶어 수돗가로 내려갔지만 자전거는 없다.

누군가가 열쇠를 절단하고 자전거를 훔쳐간 것이다.

 

그런데 30여년전, 이사수준으로 도둑 맞을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생명없는 도구에 불과한 자전거를 잃었을 뿐인데, 참으로 애통했다.

 

자전거와 만난 그날부터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산과 도로를 누볐고,

사시사철 나의 동반자로 보내며 쌓인 정과 회포가 깊었나보다.

 

정든 바늘을 잃고 조침문을 쓴 작가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보신탕집에서 밥이 쓰다. 막걸리도 쓰다.

보통 4잔 정도를 마시는데 3잔만 마셨다.

 

집에 돌아오자 애석한 마음은 가시고 도둑놈에 대해 증오심이 끓어오른다.

 

“도둑놈들은 손모가지를 잘라버려야되” 혼자 중얼거렸지만,

어쩌랴 이미 없어진 자전거인것을..

 

애통함과 증오심이 머릿속에서 교차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게 닥칠 사고를 방지키위해 자전거가 없어진 것은 아닐까?

 

세상에 원인없는 결과가 없고 그결과는 필연이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이 자전거이고 결과가 부상이라면 어쩌면 자전거가 없어진 것이 내게 다행한 일일수도 있지않은가?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애통함도, 증오도 머릿속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자전거를 가지고 간 도둑님에게 고마운 생각까지 들었다.

 

30여년전,

 

그때는 마음이 편안해 지는 법을 왜 알지 못했을까?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218.♡.192.227 작성일

김해호 "펼치면 팔만대장경이요. 압축하면 마음하나로 귀착된다" 말이
    가슴에 와닿듯 감사님의 마음쓰기가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
    것 같네여...내려놓기를 잘 하면 이렇게 마음이 편안한 것을   
[ 2014-10-28 10:28:49 ]
 
 

이계찬  오랜 세월속에 쌓인 내공이 발상의 전환을 만들어냈군요..ㅎㅎ
중마에서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 2014-10-28 14:10:06 ]
 
 

김학도 저도 옛날 애지중지하며 타고다니던 자전거를 몇번 잃어봐서 진감사님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마음을 편히하시는 법을 스스로 찾으셨다니 읽은 저희도 맘이 편해지네요. 힘!!!   
[ 2014-10-29 10:58:32 ]
 
 

이원균  네, 좋게 생각하니 또 그럴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그 마음 많이 쓰리겠지요.
중마에서 노력한만큼 성취하시기를...   
[ 2014-10-31 15:2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