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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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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218.♡.192.227) 작성일17-04-15 16:22 조회67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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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30분

오색-대청봉-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

총 14시간 코스


마트에서 파는 간이 도시락 1개, 손가락 보다 조금 큰 영양식 1개, 물 2통,

오색에서 비선대까지는 13시간,


공룡능선을 통과해야 하는 관계로 무게를 줄이려고 준비한 최소한의 음식인데, 거의 거지꼴만 면했다고 보면 될만한 준비물이다.


희운각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고 들어선 공룡능선 초입...


기이하고 괴이하면서 두렵기까지 한 공룡능선의 거대한 바위군락... 과연 명불허전 이었다.

몇차례 와보았지만 눈을 돌리면 돌리는 곳마다 절경인 공룡능선은 항상 처음 본 듯  탄성이 절로 터져나오는 곳이다.


그렇게 절경의 한복판을 지나고 탄성이 조금씩 잦아들 무렵 서서히 허기가 몰려왔다.


앞으로 9시간은 더가야 하니, 최대한 버티다가 도저히 참지 못할 정도에 이르면 점심을 먹으려고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하지만 1시간도 더 버티지 못하고 참을 수 없는 허기가 몰려와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꺼내들었다.


양은 작지만 입에 짜넣고 물을 마시면 배가 불러진다는 속칭 우주인들이 먹는 식사대용이라고 누군가 권하여 준비한 것이다.


껍질을 뜯고, 입에 짜넣고, 두어모금 물을 마시고, 배가 불러올때까지 기다렸는데...

이상하다.. 배가 불러오는  기색이 전혀 없어, 혹시 섞이지가 않아서 그런가 싶어 펄쩍펄쩍뛰어도 보고 배를 흔들기도 하며 20여분을 기다렸다.


배가 불러오기는커녕 체력소모로 오히려 더심한 허기가 몰려왔다.


앞으로 가야할 8시간의 산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그대로 있을수는 없고 죽든 살든 가야할 상황인데, 온몸에 힘이 없어 돌부리나 나무뿌리에 발이 걸리는 횟수가 잦아지고 내려가는 길이나 올라가는길에서 두다리는 사정없이 후덜거린다


‘요지경이 될려고 전날 꿈자리가 그리 사나웠는가?... ’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탓하는 욕을 중얼거리었는데 우주인 식사를 권한 상점 주인, 그때 귀가 좀 가려웠을게다.


남은 물로 배를 채우며 갈 수밖에 없으니 그고난의 행군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가 있을까?


공룡능선의 절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은지는 이미 한참이 되었다.


피골이 상접하여 마등령 대피소를 지나치는데 어라! 백두대간 조침령 구간을 같이 하였던 비봉산님이 앉아서 쉬고 있는데 손에 떡을 들고 먹고있었다.


쇠조각이 자석에 끌려가듯이 그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내손이 떡쪽으로 가려고 한다.

권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뱃가죽과 등가죽이 상봉하고 있었지만 떡하나 먹자는 말도 못할 주변머리니,  먹는것만 바라볼수밖에...


“떡하나 드실레요” 귀가 번쩍 트였는데, 그런데.... !!! '아 예 저는 됬습니다'라는 말이 튀어 나오고 말았다.


이런 우라질... 양반 후손 아니랄까봐...  내가 나를 죽이고 싶었다.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후회를 하며 또다시 비봉산님이 먹는것만 보며 침만 꼴딱거리며, 다시 권하면 두번다시 멍청한 실수를 하지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작은 아이스박스에서 방울토마토 꺼내는걸 보았는데 가슴이 뛰어온다.


무어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그말이 채끝나기도 전에 내손은 이미 방울토마토를 쥐고있었는데, 아마 빛의 속도가 그러하리라.


뱃속에서는 얼른 삼키라고 손가락이 목구멍을 넘어와, 개눈감추듯 두알을 삼킨뒤 다시 떡을 먹고있는 비봉산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마음을 눈치 챘을까?’.


'어휴 떡이 않넘어가네' 말이 채끝나기도 전에 “그럼 제가 좀 도와드릴께요”


염치불구 하고 떡 2개를 집어 속으로 밀어넣고 나니, 저승문턱에 이를만한 허기는 겨우 면하게 되었다.


너무 많은 음식을 준비하여 고생한 지리산의 기억으로 최소화한 금번 설악산 종주를 하며 까딱했으면 굶어 죽을 뻔했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218.♡.192.227 작성일

조우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1-12-08 09:52:22 ]
 
 

이계찬  남북으로 산천을 넘나드는 님이 부럽습다...잘 보고 갑니다..   
[ 2011-12-08 10:38:53 ]
 
 

김이섭  인생을 재미나게 살아가네요, 부러워라, 잘 보고 갑니데이~   
[ 2011-12-08 10:51:21 ]
 
 

박희은 무척이나 힘들어 하면서도, 한편으로 고난을 즐기시는 듯한...
오늘도 잼있게 잘 읽고 갑니다.   
[ 2011-12-08 17:16:26 ]
 
 

이용찬  나도 가고시픈데~~데리고가면 밥안굶을건데~~참고될거는없고 진광근님처름만 안하면 됩거같은데요 ㅎㅎ   
[ 2011-12-09 11:11:44 ]
 
 

이재우  사진처럼 딱 박힘니다
사서고생은 하셨지만 저는 배꼽잡고 갑니다.......ㅎㅎㅎ   
[ 2011-12-09 14:31:45 ]
 
 

임원호  언제나 재밌는글 고맙구요. 강추하겠습니다.   
[ 2011-12-10 16:26:51 ]
 
 

김학도  멋지고 개성있는 삶의 한가운데서 재미있고 유익한 글 많이 올려주시는 진광근님께 감사드립니다.   
[ 2011-12-27 09:10: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