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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른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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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218.♡.192.227) 작성일17-04-15 16:15 조회7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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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른팔에게

 

뿌거덕 !!

 

주위 사물이 정지된 것은 잠시..

 

긴장된 균형이 깨어지자 가슴 한켠에서도 “뿌거덕” 거리며 무엇인가 내려앉는다.

 

숨막히는 정적이 흐르던 그날밤...  희미한 세상의 경계선 밖에서...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리가 갇힌곳은 4평 남짓한 독방....

 

“우리는 그곳에 있지 말았어야 해”

 

허공을 맴돌다 흩어지는 독백에 너의 안색이 창백하였다.

 

“침묵으로 고통스러운 순간을 모면하려 하지마”

 

“맞아 우리는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해, 피할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결과가 너무 소름이 끼쳐”

 

.........

 

4평 남짓한 독방에 갇히고 나서야 너와 나는 떨어질레야 떨어질 수 없는 한몸인 것을 알게되었다.

 

흰수의를 입고 곡을 하는 사람처럼 처량한 너의 뒷모습에는 툭툭 떨어진 살점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징역 3주를 선고받았으니 1개월간은 독방감금은 면할수 없을 듯 하니 그사이의 모든 소망은 접어야 두어야 한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4평 남짓 공간에서 너와 내가 몸을 눕혀야 하고 3끼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서로를 위로하며 받아들이자

 

등골을 빼어 먹을 듯이 우리를 감시하고 억압하는 흰가운을 입은 사람들의 고압적인 태도도 서로의 온기로 이겨나가자.

 

이곳에서 처음으로 대하는 밥과 반찬을 깨작거리던 허한 속은 이미 밥한사발을 더 탐하고 있지않더냐?

 

한동안은 말을 잊었고, 사방이 백짓장 같았던 너와 나도 이제 그리 어리둥절 하지않게 되지않았느냐?

 

사시사철 안양천을 달리며 가쁜 호흡을 쉬었고, 굵은 땀방울을 흘린후 들이켰던 시원한 맥주한잔이....

 

탄력있는 고무공을 쫒아 허공을 가르는 라켓의 시원한 결 스치는 소리가....

 

푸르고 눈부신 미끈하게 뻗은 성삼제 천왕봉 지리산 종주구간이...

 

다시금 꿀 수 없는 하룻밤 꿈처럼 아득한 것은 사실이다만...

 

4평 남짓 독방에도 창문이 있어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이 산빛과 한가지가 아니더냐.

 

‘그래! 그러고보니 우리가 함께 하지않은곳이 없었구나!’

 

온세상 화려한 불꽃에만 눈멀었던 나는 빛바랜 기억속에 니가 있을뿐이었는데..

 

너는 빛나던 시절을 뒤로하고 나의 오른팔로 언제든 호출하면 빗길 눈길 가리지 않고 와주곤 하였다.

 

가여울 정도로 여위었고 까칠해진 너의 모습을 너의 외마디 비명을 듣기전에는 알지못하였다.

 

저세월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후일에 보상하리라

 

시간이 흘러 2일에 한번씩 감시를 받아야 하는 조건으로 4평남짓 독방에서 풀려나왔을때...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너의 해방이었다.

 

....

 

“우리가 풀려나 가장먼저 찾은곳이 지리산이었던 것을 기억하니?”

 

성삼제에서 천왕봉을 넘나들때 흘러가는 산과 물을 껴안은 벽소령의 눈부셨던 봄빛은 지금도 감동으로 남아있다.

 

주범으로 몰려 하얀수의를 몸에 걸치고 3개월간 그들의 감시를 받던 니가  드디어 세상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던 날.....

 

흰수의는 가위로 잘리워 벗기어 나갔고, 속살 간질이던 단단한 껍질을 벗기어 내자 지금까지 스쳐 지나간 시간이 고통이든 추억이든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후일 자유를 갈망하는 자가 있다면, 뼈마디에 구멍이 뚫리지 않는 한도의 속박을 경험하라.

 

진정한 자유는 속박의 그늘에서 피어나는 것이니...

 

(주석) 4평 남짓  : 1인 병실
          오른팔     : 기브스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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