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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출사표/후기

달리기를 말할 때 김명선이 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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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명선 (112.♡.205.75) 작성일24-10-01 08:00 조회176회 댓글1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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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

 

 두 번째 하프 도전이다.

상반기 대회는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무턱대고 무식하게 하프를 뛰었다면, 이번에는 좀 사정이 달랐다.

내 달에 있을 춘천 풀 마라톤 대비로 훈련을 꾸준히 해 온 것도 있고,

어느정도 달리기가 나의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 잡은 시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상반기에 있었던 하프의 경험치를 가지고 있다.

경험의 유무는 참으로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나의 두 번째 하프 도전은 상반기의 그것과 사뭇 달라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대회 시작 전 부터 나는 맘을 다잡기 시작했다.

오버페이스 하지 말 것, 휩쓸리지 말 것, 기록 욕심 내지 말 것, 무리 하지 말 것.

다 다른 표현으로 내 맘을 다잡았지만, 의미는 같았다.

 

평정심을 유지할 것...

 

나의 마라톤은 언제나 속도가 아니라 완주가 목표이다.

고등학교 시절 부터 나의 책상에 포스트잇으로 부쳐둔 사자성어는 우공이산. 단 하나이다.

우직한 사람만이 산을 옮긴다.

오늘도 우직하게 함 달려봅시다.

중간에 멈추지만 않는다면 나는 오늘도 피니쉬 라인을 밣을 수 있을 것이다.

 

 

-끝이 있는 문제는 문제도 아니다.

 

 

서산 주로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황금 들녁, 푸른 하늘, 하얀 구름. 간간히 보이는 저수지

떼지어 날고 있는 검은 무리의 새떼들.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내었다.

때론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의 풍경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고흐의 까마귀 나는 밀밭이 되었다.

그렇게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고 있으니 내 맘이 고요해지기 시작하려....했으나

그러기엔 날이 넘 더웠다. 햇살은 뜨거웠고 햇살 한 줌 가려줄 그늘은 어디에도 없었다.

반환점을 돌아서 16k 지점 쯤 오자 몸이 힘들기 시작했다.

힘들다란 자극이 뇌를 통해 들어오자마자 나의 방어적 생각들이 풀 가동된다.

,,마라톤은 끝이 있는 운동이잖아. 피니쉬라인이 있단 말이야.

지금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40분 안에는 분명 끝날 일이야.

그 생각만으로 심리적으로 무척 안정되었다.‘

그래, 끝이 보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버티면 끝나는 일이다.

드디어 피니쉬 라인이 보인다. 오늘도 무사히 끝!!!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서로 도우며 일을 도모하라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피니쉬 라인을 통과 하자 마자 정옥 팀장님이 보인다. 온 몸이 홍당무가 된 채 땀 냄새로 쉰 냄새가 펄펄 났을텐데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옥 팀장님을 힘껏 껴안았다(죄송했어요 ㅋㅋ)

정옥 팀장님은 나의 완주를 진심 기뻐했다. 아니 광명 마라톤 클럽 사람들의 완주를 진심으로 기뻐하며 뜨거운 햇살 아래 오랫동안 기다리며 한 명 한 명 주자들이 들어올 때 마다

그들을 격려하고 사진을 찍어 주셨다.

얼마 전 훈련 끝나고 집에 돌아와 재춘씨에게 이리 이야기 했다.

 

좋은 사람들이 러닝을 하는 걸까,,아님 달리기가 좋은 사람들을 만드는걸까.

진짜 우리 클럽 사람들은 한 분 한 분 다 배울점이 많고 좋으신 분들이 많아

 

돌이켜보면 항상 내 옆에는 좋은 이들이 있었다.

배울 점이 많고, 스스로의 인생을 열심 살고, 그들 옆에 있음 내가 좀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은 그런 사람들.

매년 초 사주팔자 보는 걸 좋아하셨던 엄마는 일관되게 이야기 했다.

너는 타고난 팔자래, 그리 좋을 수 없단다.

엄마가 말한 사주팔자라는 게 있다면 아마도 나에겐 시기적절 날 이끌어준 고마운 사람들이 나의 좋은 사주팔자가 아닐까 여겨진다.

달리기를 시작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네이버에 광명마라톤 다섯글자를 입력한 나의 손가락...

아주 칭찬한다^^

광명 마라톤 클럽이 아니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 과연 내가 있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알수 있다.

누구나 무엇을 결심은 할 수 있지만 그걸 지속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광명 마라톤 클럽은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게 해 준 그런 곳이다.

어른은 자신을 해명하지 않고 증명한다는 말처럼, 여전히 멋진 모습으로 뛰고 계신 김관행 위원님, 더운 날씨에 나와서 멋진 기록 내어주신 김해호 위원님.

위원님들을 뵈면서 나는 또 다른 결심을 한다.

반백에 달리기를 시작 했으니,,끝까지 뛰어보자. 그 끝이 언제든...

 

-어떤 길을 걸었는 지는 도착했을 때의 자세가 말해준다.

 

우리는 인생에서 각자의 인생 주로가 있다

그 길은 엄청 다양하고 변주가 많아서 길에 따른 솔루션이나 정답을 찾기도 힘들다.

설사 같은 길을 걸을 지라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관점에 따라 그 길은 아주 다른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므로, 나는.

늘 물리적 환경 보다는 스스로의 맘 가짐이나 생각이 그 길을 압도한다고 믿는 쪽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그래서 중요하다.

달리기는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필터들을 제공하는데 그 필터는 요즘 카메라 앱 들처럼 굉장히 다양하다.

어떤 것은 너무나 성능이 뛰어난 나머지 숨기고 싶은 민낯 까지도  드러나게 만들고 어떤 것은 부드럽고 몽환적 느낌으로 모든 것을 가리워 주는 그런 필터이다.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냉철하게 인지하고, 비판하며.

좀더 나은 방향으로 길을 찾는 일.

정확한 판단과 선택 뒤에 찾아오는 결과에 대해서는 조금 부드러워지는 일.

그건 나 자신에게도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도  적용되는 일이다. 그들의 선택에 대해서는 조언을 아끼지 않되 결정되고 난 후 결과치에 대해서는 너그러워지는 일.

 

나의 달리기의 들숨 날숨은 파도와 같아서 내 안의 뾰족한 삶의 파편들을 부드러운 몽돌처럼 만들어 준다. 누가 만져도 아프지 않고, 스스로도 상처 내지 않는 그 무엇.

나는 달리기를 통해 점점 더 강해지고, 안온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어진다.

 

마지막 피니쉬 라인에 섰을 때..나는 어떠한 자세로 서 있을까.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 생각된다.

편안 했으면 한다. 고요 했으면 한다.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충분하다 했으면 한다.

그거면 되었다.

 

나의 마라톤은 기록이 아니라 완주가 목표이므로...

 

special thanks to 당연 광마 가족 여러분.

나에게 늘 영감주는 우리 유닛크루여러분^^

배려없는 지도로 빨리 나의 신체 능력을 업 시켜주신 석희 쌤,

시꺼멓고 볼품 없다 독설 날리면서도 은근 날 지지해주는 츤데레 춘씨.

늘 부족한 엄마이지만, 엄마가 나의 엄마라 자랑스럽다 하며 달리기를 응원해주는 두 딸들.

 

댓글목록

김지훈님의 댓글

김지훈 아이피 211.♡.196.156 작성일

명선팀장님 부상없이 이기분 80세이상까지 꼭 가져가길 바랍니다. 건강해보이셔서 기분좋습니다.^^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112.♡.205.75 작성일

네 항상 감사드립니다^^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아이피 118.♡.48.231 작성일

피니시 라인 통과했을 때 내가 안았는데 명선 팀장님이 안았다구요? ㅎㅎ
서로 통했군요~^^

어떤 길을 걸었는지 도착했을 때의 자세가 말해준다. - 멋진 문장입니다. 어제는 더워서 아무 생각도 안 났고, 풀코스 완주했을 때는 절뚝거리거나, 쥐가 나거나, 고관절이 아프거나, 발톱이 아프거나, 해냈다 소리쳤어요. 풀코스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거리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스스로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눈빛을 빛내며 겸손하게 퇴장할 수 있는 무대입니다.


유닉크루는? 석희 쌤은? 뉘구?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112.♡.205.75 작성일

ㅎㅎㅎ 정옥 팀장님 제가 먼저 안았다고 우겨봅니디~~ 유닛크루는 정말 가까운 지인입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삶 속에서 이미 달리기와 같은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친구들이지요 우린 각자 뛰지만 (그래서 유닛입니다) 맘은 함께한다 그런 요지입니다^^
석희쌤은 트레이너쌤입니다. 근력 운동이 큰 도움이 됩니다. 늘 배려없이 절 몰아부치지만 당근과 채찍으로 제 달리기에 큰 백업을 해 주시는 고마운 분입니다.

박정환님의 댓글

박정환 아이피 211.♡.255.140 작성일

아니 ~
여기 마라톤 클럽이 아니라 작가클럽인듯~
혹시 소실적 꿈이 소설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 본다고 내는 진즉에 일 낼줄 알았습니다.
암튼 대단하십니다.
알아본 저도 대단하지요?? ㅎㅎ
시계 보다는 내몸의 감각을 믿고 일관성 있는 페이스로 달리셨다고 하니 이미 고수의 반열에 오르신듯 합니다.
한 단계 올라가면 시계를 보지 않아도 랩타임을 알수 있는 경지에 도달합니다..ㅎ
춘천이 기대됩니다.
항상 한결같은 맘으로 좋은 성과 만들어 내시리라 믿습니다.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106.♡.194.212 작성일

늘 회장님께는 감사한 맘입니다^^ 늘 넘치도록 잘 이끌어주심 정말 고맙습니다♡

김선희님의 댓글

김선희 아이피 220.♡.192.104 작성일

와우~글이 너무 좋아요
읽으면서 행복했어요!!!
잘 읽고 갑니다~
(몇문장 캡쳐했단건 안비밀!!!~  )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106.♡.194.212 작성일

선희님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너무 멋진 선희님과 함께 대회 나갈 일을 기대하니 또 맘이 설레네요^^ 수요일 훈련 때 봬요♡♡♡

홍하현님의 댓글

홍하현 아이피 118.♡.81.49 작성일

정말이지 경험의 유무는 참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연습량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구요. 명선 팀장님 넘나 멋지셨습니다>.<!!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106.♡.67.98 작성일

에이 모든 한 분 한 분이 너무 멋지고 근사합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달리는 마라톤이
참으로 근사한 운동인 것 같습니다♡

이원균님의 댓글

이원균 아이피 115.♡.69.71 작성일

김명선 행사팀장님 달리기는 애초에 범상치 않다는 걸(트레드밀에서 풀코스 완주, 혼자서 로드에서 풀 완주...) 알았지만 이렇게 속도감 있게 성장하리라고는 예상을 못했어요.
간혹 습관적으로 조언?을 했던 제가 민망해요...
춘천에서도 한결같이 완주를 목표로 하면 기록은 따라오겠지요~~~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220.♡.99.217 작성일

에고 무슨 그런 말씀을.. 런린이는 선배님들의 조언으로 자랍니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